이지켐, ESG 경영 선포…반도체 소재 공급망 대응 체계 구축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 이지켐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공식 선포하고, 반도체 소재 공급망 전반에 걸친 환경·안전·투명성 대응 체계 구축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지켐은 헬로티 보도를 통해 이번 선포가 단순한 대외 이미지 개선을 넘어 고객사 공급망 심사 기준에 부합하기 위한 구조적 전환임을 강조했다.
반도체 소재 업계에서 ESG가 단순 선언을 넘어 실질적 수주 요건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공급망 실사 강화가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주요 팹들은 이미 협력사에 탄소발자국 공시, PFAS(과불화화합물) 사용 현황 보고, 유해물질 저감 로드맵 제출을 의무화하는 방향으로 조달 정책을 바꾸고 있다.
이지켐이 구축하는 공급망 대응 체계는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첫째는 소재 원산지 추적 시스템으로, 원료 조달 단계부터 최종 납품까지 이력을 디지털화해 분쟁광물 혼입을 차단한다. 둘째는 공정 환경 지표 모니터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용수 사용량·화학물질 배출을 실시간 집계한다. 셋째는 공급망 리스크 조기 경보 체계다.
이지켐 관계자는 '고객사들이 최근 1~2년 사이 협력사 심사 항목에 ESG 지표를 대거 추가했다. 특히 PFAS 사용 여부와 탄소배출 강도(carbon intensity)는 납품 자격 심사에서 사실상 기준선이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체계 구축은 기존 고객사와의 관계 유지뿐 아니라 신규 해외 고객사 확보에도 필수적인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PFAS 이슈는 반도체 소재 전반에 걸쳐 규제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EU는 2025년부터 PFAS 함유 제품의 시장 출시를 단계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반도체 세정제·포토레지스트·에칭 가스 등에 포함된 불소계 화합물에 대한 대체 소재 개발이 업계 공통 과제가 됐다. LG디스플레이도 PFAS 대체 소재 전환을 2035년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반도체 소재 공급망의 ESG 내재화는 단순 비용 요인이 아니라 시장 접근성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업계에 확산되고 있다.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소재 분야로 확대될 경우, ESG 체계를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유럽 수출 시 추가 비용 부담을 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는 중소 소부장 기업에게 특히 큰 리스크다.
공급망 투명성 강화 요구는 규제 당국뿐 아니라 투자자들의 압력으로도 가중되고 있다. ESG 투자 비중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공급망 전반의 비재무 지표 공시를 기업 평가 기준으로 삼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반도체 소재 기업들도 이제 이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국내 소부장 정책 측면에서는 정부의 '소부장 슈퍼을 15곳 육성' 전략과 5조 원 규모 펀드 조성이 ESG 체계 구축을 위한 재원 조달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실제 지원이 대기업 계열 소부장사에 편중되지 않고 이지켐 같은 중견·중소 기업까지 실질적으로 흘러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지켐은 반도체 식각 공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화학 소재를 주력으로 공급하는 기업으로, 국내 주요 팹과의 거래 관계를 기반으로 성장해 왔다. 이번 ESG 체계 구축은 국내 고객사를 넘어 TSMC·삼성 테일러팹 등 해외 거점에 납품하기 위한 필수 요건을 갖추는 의미도 담겨 있다.
향후 이지켐은 ESG 경영 체계를 국제 표준 인증(ISO 14001, ISO 45001 등)으로 공식화하고, 고객사 요청에 따른 공급망 탄소 보고서(Scope 3 포함)를 정기 발행하는 방향으로 단계를 높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지켐의 이번 행보가 동종 중소 소부장 기업들의 ESG 전환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 소재 분야의 ESG 내재화가 단기적으로는 비용 상승 요인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지속가능성과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축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부장 업계의 ESG 전환이 뒤처질수록 공급망에서 탈락할 위험이 높아진다는 경고음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