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캐나다 무역전쟁, 소부장 공급망 직격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2일(현지시간) 대국민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과 전쟁 중'이라며 미국의 협상안을 '나쁜 합의'로 규정하고 정면 거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캐나다를 향해 강경 발언을 이어가며 양국 갈등이 전면 무역전쟁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이번 협상 결렬의 핵심 쟁점은 미국이 캐나다산 수입품에 부과한 고율 관세다. 캐나다는 알루미늄·목재·농산물 등 주요 품목에 대한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고 있으며, 양국 간 교역액이 연간 9,000억 달러(약 1,260조원)에 달하는 만큼 파급 효과가 광범위할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부품·장비 업계 측면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광물·금속 공급망이다. 캐나다는 알루미늄·우라늄·인듐 등 다양한 핵심 광물의 주요 생산국으로, 미국 내 반도체 및 방산 산업의 원자재 공급 기지 역할을 해왔다.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 이 공급망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들은 캐나다산 특수 화학소재와 정밀 가공 부품을 상당량 수입하고 있다. 관세 장벽이 높아질수록 미국 내 생산 비용이 증가하고, 이는 결국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체에 비용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미 자동차·배터리 공급망도 위협받고 있다. 캐나다는 전기차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과 코발트의 주요 공급국 중 하나다. 양국 무역 마찰이 지속될 경우, 미국 내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대체 공급처 확보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국내 소부장 기업들은 미국 수출 확대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태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미국 현지 파트너사들의 조달 비용 증가로 한국산 소재·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부각될 수 있지만, 동시에 무역 장벽 자체가 높아질 리스크도 존재한다.
전문가들은 미·캐나다 무역전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양국 정치 지도자 모두 내부 지지층을 의식한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공급망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기업들이 미리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중국·캐나다 양쪽에 동시에 무역 압박을 가하는 이례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캐나다와의 갈등이 중국산 광물의 우회 수입 경로를 차단하려는 포석과 맞물려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즉, 캐나다를 통한 중국산 원자재 재수출을 막겠다는 의도가 내포돼 있다는 것이다.
한국 소부장 수출 기업 입장에서는 북미 시장 진출 시 관세·규제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및 반도체법(CHIPS Act) 보조금 수혜를 위한 현지화 요건도 이번 사태로 더욱 복잡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향후 양국이 협상을 재개하더라도 이번 갈등으로 인해 북미 공급망 재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기업들은 단일 공급원에 의존하는 조달 구조를 분산하고, 대체 공급처를 미리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반도체 소재 업계 관계자는 '미·캐나다 갈등은 단기 수혜보다는 중장기 리스크 요인으로 봐야 한다'며 '글로벌 무역 질서가 블록화될수록 한국 기업들이 생존 가능한 공급망 포지션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