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열전달 5.5배 향상 나노 코팅 기술 개발

KAIST 남영석 기계공학과 교수와 임성갑 생명화학공학과 교수 공동 연구팀이 구리 표면에 100나노미터(nm) 이하의 고분자 코팅막을 적용해 열전달 성능을 최대 5.5배 향상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연구팀이 활용한 핵심 공정은 개시제를 이용한 화학 기상 증착법(iCVD)이다. 이 방법은 기체 상태의 단량체를 기판 표면에서 직접 중합시켜 균일하고 얇은 고분자 박막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기존 액상 코팅 대비 두께 제어 정밀도가 월등히 높다.
연구팀은 25nm, 100nm, 500nm 등 세 가지 두께의 코팅막을 각각 적용해 열전달 특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100nm 이하의 코팅막에서 응축 열전달 계수가 극대화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는 코팅막이 물방울 형성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열전달 성능 개선의 핵심 원리는 코팅막이 기존의 막 응축(film condensation) 방식을 소적 응축(dropwise condensation) 방식으로 전환하는 데 있다. 소적 응축은 증기가 표면에서 작은 물방울로 맺혀 빠르게 탈락하는 방식으로, 막 응축보다 열전달 효율이 수 배 이상 높다.
이번 기술은 특히 AI 반도체 서버 냉각 분야에서 즉각적인 활용 가능성이 높다. 엔비디아 H100·B200 등 고성능 AI 가속기는 칩 하나당 소비 전력이 700W를 넘어서며, 발열 제어가 시스템 안정성과 직결되는 문제로 부상했다. 기존 수냉식 냉각 시스템에 이 코팅 기술을 적용하면 냉각 효율을 대폭 높일 수 있다.
구리는 반도체 패키지 방열판(히트 스프레더), 냉각 배관, 히트 파이프 등 열 관리 부품의 핵심 소재다. 이번 연구는 고가의 소재 교체 없이 기존 구리 부품의 표면 처리만으로 성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점에서 실용화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영석 교수는 '100nm 수준의 초박막 코팅이 열전달 특성을 이 정도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실험으로 입증한 것이 이번 연구의 핵심 성과'라며 '전자기기 냉각 시스템의 소형화·고성능화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원천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 기업들도 열 관리 기술 고도화에 주력하고 있다. 램리서치,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등이 차세대 열 관리 소재 및 공정 개발에 수조원을 투입하는 가운데, KAIST의 이번 성과는 국내 기술력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정부는 반도체 핵심 소재·부품 기술 자립을 위해 산학연 협력 체계 구축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연구처럼 기초과학 성과가 산업 현장에서 빠르게 활용될 수 있도록 기술 이전 및 사업화 지원 프로그램도 병행되고 있다.
상용화까지는 코팅 내구성 검증, 대면적 균일 코팅 공정 개발 등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기본 원리가 이미 입증된 만큼, 소재·장비 기업과의 협력을 통해 3~5년 내 양산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AI 시대의 고발열 반도체 환경에서 열 관리 소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부각시켰다. 향후 열전달 소재 시장은 AI 반도체 수요 증가와 함께 고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소재 기업들의 선제적 기술 확보 경쟁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