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핵심광물 통제, 서방 헤징 전략 왜 실패했나

중국의 핵심광물 수출 통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서방 국가들의 공급망 다변화 시도가 왜 번번이 실패했는지를 분석한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전문 매체 The Diplomat는 최근 '중국 희토류 지배에 대한 세계의 헤징 전략이 실패한 이유'를 심층 분석했다.
핵심 원인으로는 시장 논리와 안보 논리의 충돌이 꼽혔다. 중국이 저가 희토류를 공급하는 상황에서 민간 기업들은 비용 효율을 이유로 중국산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서방 정부들의 보조금과 투자 유인책은 단속적으로 끊기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문제는 투자 일관성 부족이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이후 서방에서 대안 광산 개발 붐이 일었지만, 중국이 수출을 재개하고 가격이 떨어지자 대부분의 대안 프로젝트는 수익성을 잃고 중단됐다. 이 패턴이 반복되면서 장기 투자 신뢰가 무너졌다.
세 번째는 중국의 수직 통합 경쟁력이다. 중국은 채굴에서 정제·가공·최종 소재 생산까지 전 밸류체인을 장악하고 있다. 채굴만 해외에서 하더라도 정제 역량이 없으면 결국 중국 가공 시설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실제로 희토류 정제 설비는 전 세계적으로 심각하게 부족하다. 미국의 MP Materials, 호주의 라이너스(Lynas) 등이 정제 능력 구축을 추진하고 있지만, 중국의 처리 용량에 비하면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중국은 이번에도 전략적으로 수출 통제 카드를 활용하고 있다. 갈륨·게르마늄에 이어 헬륨까지 수출 제한 품목을 늘리는 한편, 항공우주 분야에서 중요한 이트륨은 대미 수출을 늘려 협상 레버리지로 활용하는 이중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국의 대응 전략을 비교 분석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국방수권법(NDAA)을 통해 핵심광물 투자를 유인하고 있으며, 일본은 자원 보유국과의 양자 협력을 병행하면서 자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도 대응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베트남과의 핵심광물·에너지 공급망 협력 강화, 그린란드 희토류 탐사권 취득, 방산 업계의 제3국 우회 조달 등 다층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헤징 전략의 실패에서 배울 교훈은 단기 비용 논리보다 장기 안보 논리를 우선하는 정책 일관성'이라고 강조한다. 정권이 바뀌어도 핵심광물 공급망 투자가 지속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시장 구조 변화도 필요하다. 단순히 채굴 광산을 분산하는 것을 넘어 정제·가공·소재화까지의 밸류체인 전반을 서방 내에 구축해야 진정한 공급망 다변화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향후 관건은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얼마나 일관된 자원 안보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느냐다. 중국의 수출 통제가 장기화될수록 대안 공급망 투자의 수익성이 높아지는 역설적 구조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것이 새로운 투자 사이클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소부장 업계 입장에서는 이 흐름이 위기이자 기회다.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는 소재 대체 기술 개발과 함께, 서방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가공·정제 분야의 틈새 포지셔닝을 노릴 수 있는 전략적 시점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