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트륨 수출통제…美·日 공급망 직격

중국이 반도체·디스플레이·레이저 등 첨단산업의 핵심 소재인 이트륨(Yttrium)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지난 9월 6일 헬륨 수출 금지에 이어 불과 열흘 만에 또 다른 희토류 원소를 겨냥한 규제가 등장하면서, 중국의 자원 무기화 전략이 체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트륨은 형광체·레이저·레이더·초전도체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원소로, 반도체 공정 장비의 내플라즈마 코팅 소재로도 쓰인다. 특히 반도체 식각(에칭) 챔버 내부를 보호하는 산화이트륨(Y₂O₃) 세라믹 코팅은 ASML·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 등 핵심 장비에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전 세계 이트륨 생산량의 약 70%를 중국이 차지한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연간 이트륨 생산량은 약 9,000톤으로, 미국(1,500톤)·호주(400톤) 등 대안 공급원의 합산 생산량을 크게 웃돈다. 이번 수출 통제로 단기 공급 부족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이 예상되는 곳은 일본이다. 일본은 이트륨 기반 형광체·레이저 소재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으나 원료 수입의 절대적 비중을 중국에 의존해 왔다. 신에쓰화학·TDK 등 일본 소재 기업들의 생산 차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미국 역시 방위산업 분야에서 이트륨 수요가 크다. 레이더 시스템과 군용 레이저에 사용되는 YAG(이트륨알루미늄가넷) 결정체는 이트륨 없이는 생산이 불가능하다. 미 국방부는 전략비축물자(SRM) 목록에 이트륨을 포함시켜 놓고 있으나, 현 비축량으로는 수년치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한국 입장에서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반도체 공정 장비에 사용되는 이트륨 세라믹 부품 상당수가 중국산 원료에 기반하고 있다. 국내 세라믹 부품 전문기업인 코세스·티이엠씨 등은 원료 조달처 다변화를 서두르고 있지만 단기 전환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갈륨·게르마늄에서 시작해 흑연·헬륨, 이제 이트륨까지 통제 품목을 확대하는 패턴이 뚜렷하다'며 '이제는 개별 대응이 아닌 공급망 전체를 재설계하는 수준의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이 11월 이후 추가 희토류 품목으로 수출 통제를 확대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국제 이트륨 가격은 이번 발표 이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상하이금속시장(SMM) 기준 산화이트륨 가격은 최근 1주일 사이 약 18% 상승했으며, 선물 시장에서는 추가 상승 베팅이 늘고 있다. 희토류 전반에 대한 투기적 매수세도 동반 유입되는 양상이다.
미국은 이번 사태에 대응해 한국·호주·캐나다 등 동맹국과의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헤럴드경제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희토류 수입에서 한국산 비중이 1년 새 두 배로 증가했으며, 이는 한미 자원 동맹 강화의 구체적 성과로 평가된다.
한국 정부는 15일 이재명 대통령과 카자흐스탄 토카예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 포괄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하고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명시했다. 우라늄을 비롯한 카자흐스탄 보유 광물자원과 연계한 희토류 협력 확대 방안도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이트륨 수출 통제가 단순한 경제적 보복 수단을 넘어 미국 주도의 반도체·방위산업 공급망 전체를 교란하려는 전략적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미 싱크탱크 CIMSEC는 '중국의 희토류 레버리지가 현실화되기 전에 미국과 동맹국이 정제·재활용 역량을 긴급 확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소재업계 한 전문가는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희토류 재활용(리사이클링) 기술 투자와 해외 광산 지분 확보'라며 '정부의 전략비축물자 확대와 함께 민간 기업들이 원료 다변화에 선제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소재·부품 기업들의 공급망 리스크 점검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