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카자흐, 우라늄 공급망 동맹 격상…핵심광물 교두보

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청와대에서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를 '미래지향 포괄 전략 동반자' 관계로 공식 격상했다. 이번 회담은 한국의 중앙아시아 핵심광물 공급망 확보 전략의 중요한 이정표로,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원자력·수자원 분야에서 총 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자흐스탄은 전 세계 우라늄 생산의 약 43%를 차지하는 최대 생산국이다. 국영 광업기업 카자톰프롬(Kazatomprom)의 연간 우라늄 생산량은 약 2만1,000톤(U₃O₈ 기준)에 달하며, 한국수력원자력이 운영하는 국내 원전 24기의 연료 수급 안정성과 직결되는 파트너다. 이번 협력 확대로 한국의 우라늄 수입 안정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우라늄 공급망 협력의 장기 계약화다. 정부는 단순 물량 확보를 넘어 우라늄 농축·변환 공정에서의 기술 협력, 나아가 소형모듈원전(SMR) 공동 사업 추진 가능성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원전 기업들의 카자흐스탄 현지 진출 여건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핵심광물 분야에서는 리튬·망간·크롬 등 카자흐스탄이 보유한 광물자원에 대한 공동 개발 논의도 이뤄졌다. 카자흐스탄은 세계 10위권 크롬 생산국이자 상당량의 리튬·희토류 매장지를 보유하고 있어, 중국 의존도 탈피를 위한 대안 공급처로서의 전략적 가치가 높다는 평가다.
앞서 한국은 지난 13일 산업장관 회의에서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우즈베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과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그 후속 조치를 최고위 차원에서 재확인한 것으로, 협력의 구속력과 이행 속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
투르크메니스탄과는 카라쿰 운하 현대화를 포함한 스마트 수자원 관리 협력이 합의됐다. 중앙아시아의 만성적인 수자원 문제 해결에 한국의 물관리 기술을 적용하는 이 사업은 자원 협력의 대가로 인프라 기술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향후 다른 광물 협력의 레버리지로도 활용될 수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도 핵심광물을 둘러싼 경쟁은 치열하다. 미국은 핵심광물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나 중국은 여전히 정제·가공 분야에서 압도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Reuters). 한국의 중앙아시아 접근은 원료 확보에서 한발 더 나아가 가공 역량을 현지에 구축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경우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카자흐스탄과의 협력은 단순 자원 수입을 넘어 현지 합작 가공·정제 시설 투자로 이어져야 진정한 공급망 안정을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료를 사 오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공 단계부터 한국이 참여하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LX인터내셔널 등 자원 개발 역량을 보유한 기업들의 진출 기회가 열릴 수 있다.
국내 이차전지·원전 소재 산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하다. 우라늄 장기 공급 계약 안정화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연료비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리튬 등 배터리 핵심광물 다변화는 포스코퓨처엠 등 양·음극재 기업들의 원료 리스크를 낮추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중국의 이트륨·헬륨 등 자원 수출 통제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한국의 중앙아시아 자원 외교는 더욱 긴박한 의미를 갖는다. 중국 외 공급처를 확보하는 것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에, 카자흐스탄과의 동맹 격상은 한국 자원안보 전략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평가된다. 향후 양국 간 핵심광물 협력 로드맵의 구체적 이행 여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