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한화시스템, 전투기 콕핏 OLED 개발 착수

산업통상자원부는 17일 서울 송파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제17회 디스플레이의 날' 행사에서 LG디스플레이와 한화시스템이 전투기 콕핏(조종석)용 OLED 디스플레이 개발 과제를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이민우 산업성장실장이 직접 발표한 이 과제는 민군 협력 R&D의 새로운 모델로 주목된다.
콕핏 디스플레이는 조종사가 속도, 고도, 레이더·센서 정보, 표적, 무장 상태 등 비행과 전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핵심 장비다. 현재는 LCD 기반 멀티펑션 디스플레이(MFD)가 주류이지만, 높은 명암비와 빠른 응답속도를 가진 OLED로의 전환이 전 세계 방산 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OLED는 LCD 대비 명암비가 100만 대 1에 달해 야간 비행이나 고고도 작전 환경에서 시인성이 탁월하다. 또한 자체 발광 방식이라 백라이트가 필요 없어 두께를 줄이고 무게를 낮출 수 있어 항공기 경량화에도 기여한다. 응답속도 역시 LCD의 1/10 수준으로 빠르다.
방산용 디스플레이는 민수용보다 훨씬 까다로운 환경 조건을 요구한다. 영하 50도에서 영상 70도에 이르는 극한 온도, 강한 진동, 고고도 저압 환경에서도 정상 작동해야 하며, 전자기 간섭(EMI) 차폐도 필수다. LG디스플레이는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는 군용 등급 OLED 패널 개발에 기술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한화시스템은 항공전자 시스템 통합 분야의 국내 선도 기업으로, F-35, KF-21 등 최신 전투기의 전자 장비를 공급해온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OLED 패널 개발을 LG디스플레이가 담당하고, 시스템 통합과 군 적합성 인증은 한화시스템이 맡는 역할 분담이 예상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이번 과제가 향후 국산 전투기 KF-21 '보라매'의 업그레이드 버전과 차세대 헬기 등에 적용되는 선행 연구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방산 수출이 증가하는 추세와 맞물려 해외 수요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소재 측면에서는 고온·고진동 환경을 견디는 봉지(인캡슐레이션) 소재, 광시야각 편광 필름, 군용 터치패널 강화유리 등의 수요가 새롭게 창출될 전망이다. 기존 스마트폰·TV용 OLED 소재와는 스펙이 다른 특수 소재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이청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 회장(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LCD에서 중국에 추격당한 뼈아픈 경험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산·학·연이 원팀이 돼 OLED 핵심 기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산을 포함한 응용처 다변화가 그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미국 록히드마틴과 콜린스에어로스페이스, 유럽의 탈레스와 사브 등이 이미 군용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상당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한국이 이 시장에 늦게 진입하는 만큼 초기에는 부품 국산화와 기술 신뢰성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방산 디스플레이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수익성이 높다. 글로벌 군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2025년 약 18억 달러에서 2030년 2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방산 수출 호조세를 감안하면 국내 기업의 점유율 확대 여지가 크다.
이번 과제는 8.6세대 OLED 투자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맞물려 소재·장비 업계의 수혜 범위가 민수에서 방산으로 확대되는 신호로 읽힌다. OLED 봉지 소재 전문 기업, 고신뢰성 편광판 업체 등에 중장기 수주 기회가 생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