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헬륨 수출 금지, 반도체 공정 비상

중국이 2026년 9월부터 반도체 제조 핵심 소재인 헬륨(He)에 대한 수출 통제를 공식 시행했다. 이는 지난해 갈륨·게르마늄, 올해 초 이트륨에 이어 중국이 단행한 연속적인 핵심소재 수출규제 조치 중 하나로, 그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헬륨은 반도체 생산 공정 전반에서 필수 불가결한 소재다. 웨이퍼 세정,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장비 내부의 광학계 퍼징, 이온주입 공정의 냉각 등에 폭넓게 활용된다. 특히 EUV 장비 내부는 산소와 수분에 극도로 민감해, 고순도 헬륨으로 내부를 채워 넣는 퍼징(purging) 작업이 필수다.
전 세계 헬륨 공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30%로 추산된다. 중국산 헬륨의 수출 중단은 단기적으로 스팟 가격 급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수출규제 발표 직후 국제 헬륨 스팟 가격은 전주 대비 15% 이상 급등한 것으로 시장 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평택·이천 캠퍼스의 대규모 첨단 파운드리 및 메모리 라인을 운영 중이다. 두 기업 모두 미국·카타르·호주 등 다변화된 헬륨 공급선을 이미 구축하고 있으나, 중국 물량이 갑자기 빠지면 즉각적인 대체에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헬륨은 비축이 어렵고 액화 운반에 특수 용기가 필요하다'며 '갑작스러운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라인 가동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소재 전문가는 '이번 규제는 단순한 자원 무기화가 아니라 반도체 공정 전반을 타깃으로 한 정밀 타격'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의 헬륨 수출 통제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 전체에 충격을 주고 있다. 미국 TSMC 애리조나 공장,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 유럽의 ASML 등도 헬륨 의존도가 높아 공급망 재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소재 업체들도 긴급 재고 파악에 들어갔다.
미국 정부는 이번 조치를 '반도체 공급망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동맹국과 공동 대응 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한국 산업통상자원부도 관련 기업들과 긴급 간담회를 개최해 재고 현황 및 대체 공급선 확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헬륨의 주요 대체 공급국으로는 미국(약 35%), 카타르(약 30%), 호주(약 10%) 등이 꼽힌다. 그러나 기존 장기 계약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조상, 스팟 시장에서 단기에 대량 조달하기는 쉽지 않다. 업계는 헬륨 재활용(리사이클링) 시스템 고도화와 사용량 절감 기술 개발을 병행 추진하고 있다.
국내 헬륨 수입은 연간 약 1,200만 ㎥(입방미터) 규모로 추산되며, 이 중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가 약 60% 이상을 소비한다. 소재 조달 비용 상승은 최종 반도체 제조원가에도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공정별 헬륨 대체 가스 연구 및 국내 비축 물량 확대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가스공사와 코오롱인더스트리 등 국내 특수가스 공급 업체들은 비축량 확대 및 대체 공급선 다변화를 위한 긴급 검토에 착수했다. 일부 업체는 호주·카타르와의 장기 공급 계약 확대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전망 측면에서 헬륨 가격은 단기적으로 높은 변동성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적으로는 헬륨 재활용 설비 투자 확대, 신규 공급원 발굴, 대체 기술 개발 등으로 공급 충격이 점진적으로 완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사태는 단일 국가 의존도가 높은 특수가스 공급망의 취약성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는 점에서 구조적 교훈을 남기고 있다. 반도체 강국을 자임하는 한국으로서는 소재 공급망 다변화와 자립화를 위한 중장기 전략의 수립이 더욱 절실해졌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