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엔제이, SiC 넘어 실리콘 소재까지 사업 확장

반도체 소재 전문기업 케이엔제이가 탄화규소(SiC)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실리콘 소재 영역으로 본격 진출한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전력반도체 시장의 급성장과 함께 다양한 소재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장 환경을 반영한 것이다.
케이엔제이는 그동안 SiC 잉곳 및 웨이퍼 관련 소재를 주력으로 공급해왔다. SiC는 기존 실리콘 대비 고온·고전압 환경에서 우수한 내구성을 보여 전기차 및 산업용 전력 소자에 널리 쓰이는 소재다. 회사는 이 분야에서 축적한 공정 기술을 실리콘 소재에도 접목할 계획이다.
실리콘 소재 시장은 여전히 전체 반도체 소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핵심 영역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실리콘 웨이퍼 시장 규모는 약 180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하며, 2030년까지 연평균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케이엔제이 관계자는 '기존 SiC 사업에서 쌓은 결정 성장 및 표면 처리 노하우가 실리콘 소재 개발에 직접적으로 활용된다'며 '국내외 반도체 고객사로부터 실리콘 소재 국산화에 대한 강한 수요가 있었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 확장은 국내 소재 기업들이 일본·미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현재 국내 반도체용 실리콘 소재의 상당 부분은 일본 신에쓰화학, 섬코(SUMCO) 등 해외 기업에서 공급받고 있어 국산화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업계에서는 케이엔제이의 움직임이 중소·중견 소재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한 업계 전문가는 '단일 소재에 집중하면 수요 사이클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안정적인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말했다.
케이엔제이는 실리콘 소재 사업화를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확충하고, 파일럿 라인 구축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인 투자 금액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업계에서는 수백억 원 규모의 설비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대만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파운드리·메모리 업체들이 소재 국산화 파트너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특히 미·중 기술 갈등 심화로 공급망 다변화 압력이 거세지면서 한국산 소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책 측면에서도 정부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자립화 기조가 이어지고 있어 케이엔제이의 사업 확장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소부장 핵심 품목 국산화 지원 예산을 전년 대비 15% 늘린 약 3,200억 원으로 확대했다.
증권가에서는 케이엔제이의 실리콘 소재 진출이 중장기 성장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리콘 소재 양산 시점이 구체화될 경우 기업 가치 재평가가 이뤄질 수 있다'며 목표 주가 상향 검토를 시사했다.
케이엔제이는 향후 국내 팹리스 및 파운드리 고객사와의 공동 개발 협약을 확대하고, 2027년까지 실리콘 소재 매출 비중을 전체의 2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다각화가 실질적인 매출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시장에서는 SiC와 실리콘 소재를 동시에 공급할 수 있는 원스톱 소재 기업의 등장 자체가 고객사 입장에서 매력적인 선택지가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급 창구 단일화로 조달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엔제이의 이번 행보는 국내 반도체 소재 생태계가 특정 소재에 편중된 구조에서 벗어나 보다 다층적인 공급망으로 진화하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양산 기술력 확보가 사업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