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금속, 영화 속 자원에서 첨단 산업 핵심 원료로

영화 '아바타'의 언옵타늄, '블랙팬서'의 비브라늄처럼 SF 속 상상 속 금속들이 현실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실제 희귀금속들은 AI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방위산업 등 첨단 산업 전반에 걸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원료로 자리 잡고 있다.
희귀금속(희소금속)이란 지각에 매장량이 적거나 추출이 어려운 금속 원소를 총칭한다. 리튬, 코발트, 니켈, 네오디뮴, 디스프로슘 등 수십 종이 포함되며, 이들은 소량만으로도 소재의 물리적·화학적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특성을 지닌다.
전 세계 희귀금속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3,000억 달러(약 45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기차 보급 확산과 AI 데이터센터 증설이 맞물리며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2030년까지 시장이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희귀금속의 가장 큰 문제는 공급 편중이다. 코발트의 약 70%는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희토류의 60% 이상은 중국에서 생산된다. 이런 지리적 집중 구조는 정치적 불안이나 자연재해 발생 시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흔들 수 있는 리스크로 지목된다.
한 자원 경제학자는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국가일수록 부패와 분쟁이 심화되는 '자원의 저주' 현상이 희귀금속 산지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며 '공급망 다변화와 재활용 기술 개발 없이는 첨단 산업의 지속 성장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환경 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희귀금속 채굴은 대규모 토지 훼손과 수질 오염을 유발한다. 특히 리튬 채굴을 위한 염수 추출은 남미 안데스 지역의 수자원을 고갈시킨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한국은 희귀금속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망 충격에 취약하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희소금속 33종의 평균 수입 의존도는 90%를 웃돌며, 이 중 절반 이상은 중국에서 조달된다.
이에 국내 기업들도 자원 확보 전쟁에 뛰어들고 있다. POSCO홀딩스는 아르헨티나·호주 등지에서 리튬 광권을 확보했고,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도 코발트·니켈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원료 수급 안정화에 나서고 있다.
글로벌 차원에서는 미국이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핵심광물 동맹'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일본 등이 참여하는 광물안보파트너십(MSP)은 회원국 간 광물 공동 개발 및 가공 시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재활용(도시광산) 기술도 대안으로 주목받는다. 폐배터리, 폐전자기기에서 리튬·코발트·니켈 등을 회수하는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2035년이면 재활용 희귀금속이 전체 수요의 30%를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희귀금속의 '비타민' 역할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소형화, 배터리 에너지 밀도 향상, 초전도체 개발 등 미래 기술 모두 희귀금속 없이는 불가능하다. 결국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국가 기술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전문가들은 '희귀금속은 21세기의 석유'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한 광물 전문가는 '어떤 국가가 희귀금속 공급망을 장악하느냐가 향후 10~20년간 산업 패권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희귀금속은 첨단 문명의 '비타민'이면서 동시에 분쟁과 환경 문제를 낳는 '양날의 검'이다. 지속 가능한 채굴, 공정한 분배, 재활용 기술 고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자원의 저주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