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화 연동 속 원화 1,530원…산업재 수입 비용 상승 우려

4일(현지시간) 미국 독립기념일 공휴일로 뉴욕 외환시장이 휴장한 가운데, 국내 달러·원 환율은 엔화 움직임에 연동되는 양상을 보이며 1,530원에 마감됐다. 거래량이 줄어든 얇은 시장에서 엔화 약세가 원화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엔화는 최근 일본은행(BOJ)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유지 기대감 속에 달러 대비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엔·달러 환율은 한때 155엔대를 넘어서며 원화를 포함한 아시아 통화 전반에 하락 압력을 가했다.
원·달러 환율 1,530원은 연초 대비 약 4% 오른 수준이다. 원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원자재, 반도체 소재, 희귀금속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조달 비용이 자동으로 상승하는 구조여서 산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국내 산업재 제조업체들은 환율 상승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주요 소재 수입 기업의 원가가 평균 0.3~0.5% 상승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초 대비 환율 상승폭(약 60원)을 반영하면 원가 부담이 상당하다.
한 중견 산업재 기업 재무담당자는 '환 헤지(위험 회피) 계약을 맺어 일부 손실을 상쇄하고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예상보다 크고 지속적이어서 한계가 있다'며 '제품 가격 인상 외에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반도체 소재 기업들에게도 환율 리스크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포토레지스트, 특수 가스, 고순도 화학물질 등의 원재료 상당수가 일본과 미국에서 달러·엔화로 결제되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은 곧 소재 기업의 마진 압박으로 직결된다.
희귀금속 수입 업체들도 긴장하고 있다.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은 국제 시장에서 달러로 거래되는 만큼, 원화 약세가 지속되면 국내 배터리·전자 제조업체들의 원가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달러 강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한 달러 수요는 줄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이는 아시아 통화 약세 기조의 지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환율 급등락에 대응해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필요시 스무딩 오퍼레이션(환율 급변동 완화를 위한 외환 매도·매입 개입)을 통해 과도한 변동을 억제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도 글로벌 금융 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동 사태 대응에 힘쓴 재정경제부 직원들을 격려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정부 차원에서도 중동발 경제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환율 불확실성이 높아진 환경에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소재·산업재 기업들이 공급선 다변화와 장기 공급 계약 확대로 리스크를 분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국내 생산 확대를 통한 수입 대체 전략도 중장기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환율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550원을 넘볼 수 있다'며 '수입 원가 부담이 누적되면 산업재 및 소재 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결국 환율 변수는 국내 반도체 소재·희귀금속·산업재 업계 전반에 걸쳐 핵심 경영 리스크로 자리 잡고 있다. 각 기업과 정부가 환율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전략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