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듐인(InP), 광통신 핵심 소재 美·中·日 삼파전…한국 존재감 '제로'

차세대 광통신 네트워크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라 광반도체 소재 '인듐인(InP·Indium Phosphide)'이 전략 소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인듐인은 전자 이동 속도가 실리콘보다 수십 배 빨라 고속 광통신 소자와 레이저 다이오드 제작에 필수적인 화합물 반도체 소재다.
현재 인듐인 웨이퍼 시장은 미국·중국·일본 세 나라가 사실상 과점하고 있다. 미국의 II-VI(현 Coherent)와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 일본의 스미토모전기·JX금속, 중국의 AXT 자회사 베이징톈원 등이 전 세계 생산량의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글로벌 인듐인 웨이퍼 시장 규모는 2025년 기준 약 4억 5,000만 달러(약 6,900억 원)로 집계되며, 2030년까지 연평균 12% 이상 성장해 8억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AI 데이터센터 내 광인터커넥트(광학 연결 기술) 수요 폭증이 성장의 핵심 동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최근 인듐인 소재 국산화에 박차를 가하며 수출 통제 카드를 쥐고 있다. 중국은 인듐(In) 세계 1위 생산국으로 전체 공급량의 약 60%를 차지한다. 미·중 무역 갈등이 격화될 경우 인듐인 공급망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한국은 인듐인 웨이퍼를 독자 생산하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하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광통신용 인듐인 소자 제조를 위한 기판을 전량 일본과 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 공급망 취약성이 심각한 수준이다.
전자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내 화합물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인듐인은 실리콘과 달리 소량·고부가 소재여서 초기 투자 부담이 크고 수율 확보가 어렵다'며 '정부 차원의 R&D 지원과 수요 기업의 장기 구매 약정이 없다면 독자 생산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빅테크들의 광인터커넥트 수요도 인듐인 시장을 끌어올리는 요인이다. 엔비디아·구글·마이크로소프트 등은 데이터센터 내 전력 소비를 줄이기 위해 구리 배선을 광섬유 기반 광통신으로 대체하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인듐인 기반 광트랜시버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듐인을 포함한 화합물 반도체 소재를 핵심 전략 물자로 지정하고, CHIPS 및 과학법(CHIPS Act) 보조금 집행 대상에 포함시켰다. 일본도 경제산업성 주도로 화합물 반도체 소재 공급망 강화 계획을 수립하고 스미토모전기 등에 대규모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화합물 반도체 육성 로드맵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인듐인 소재 특화 지원 정책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상태다. 업계에서는 GaAs(갈륨비소)나 SiC(탄화규소)에 비해 인듐인에 대한 정책적 관심이 현저히 낮다고 지적한다.
국내 소재 기업들이 인듐인 시장에 진입하려면 고순도 인듐 원료 확보, 고압 액체 봉지 초크랄스키(LEC) 성장 장비 도입, 웨이퍼 가공 기술 내재화 등 최소 5~7년의 기술 축적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조기 투자 결정 없이는 시장 진입 기회 자체를 놓칠 수 있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인듐인 관련 소재·장비 국산화를 준비 중인 소규모 스타트업들에 주목하고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AI발 광통신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점에 정부·민간 합동 투자가 이뤄진다면 시장 진입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인듐인 공급망 공백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통신장비·광소자 산업의 핵심 부품 조달 차질은 물론, 향후 6G 통신 인프라 구축에도 심각한 병목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한다. 국가 차원의 화합물 반도체 전략 수립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결국 인듐인 이슈는 단순한 소재 공급 문제를 넘어 한국 반도체·광통신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 속에서 한국이 선도국과의 격차를 좁히려면 정부와 기업이 함께 중장기 투자 전략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