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반도체 소재 포트폴리오 확장…체질 개선 속도 낸다

LG화학이 반도체 소재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고 있다. 최근 미국 반도체 패키징 전문기업 앰코테크놀로지에 반도체용 스트리퍼(세정 화학물질)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전공정·후공정 전반에 걸친 소재 포트폴리오 구축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스트리퍼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불필요한 포토레지스트(감광액) 잔류물을 제거하는 데 쓰이는 핵심 화학 소재다. 공정 미세화가 진행될수록 오염 입자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져 고순도·고선택성 스트리퍼의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LG화학이 공급하는 제품은 3나노급 이하 선단 공정에도 적용 가능한 고부가 스트리퍼인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의 반도체 소재 매출은 2024년 약 3,000억 원 수준에서 2026년 5,000억 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내부 목표를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스트리퍼 외에도 CMP 슬러리(연마 재료), 포토레지스트, 전구체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해 반도체 소재 전문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앰코테크놀로지는 세계 2위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 전문 기업으로, 삼성전자·TSMC를 포함한 글로벌 팹리스·파운드리의 핵심 파트너다. LG화학이 이 기업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것은 제품의 품질과 안정성이 글로벌 수준에서 검증됐음을 의미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이번 앰코 공급 계약은 단순 납품을 넘어 선단 패키징 공정에서의 소재 파트너십을 선점한 것'이라며 '향후 첨단 패키징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LG화학은 기존 석유화학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2024~2025년 수천억 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와 반도체 소재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육성하는 전략 전환을 서두르고 있으며, 관련 설비 투자와 인수·합병(M&A)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반도체 소재 시장은 2025년 기준 약 750억 달러(약 115조 원) 규모로, 연평균 7~8% 성장이 예상된다. 일본 신에쓰화학·JSR·후지필름, 미국 듀폰·CMC머티리얼즈 등 기존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고객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가 커지면서 한국 기업들의 진입 기회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과 유럽의 반도체 고객사들이 일본·중국산 소재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안 공급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 외에도 SKC,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등 국내 소재 기업들이 유사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충북 오창 소재 반도체 소재 생산 라인 증설을 완료하고, 미국 텍사스주에도 현지 생산 거점 마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CHIPS Act 보조금 수혜 가능성을 노리며 미국 현지화 전략도 병행하고 있는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LG화학의 반도체 소재 사업이 본격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을 2027년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반도체 소재는 초기 인증과 양산 안정화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한번 채택되면 장기 공급 관계가 이어지는 구조'라며 '인증 진척 속도가 주가 모멘텀의 핵심 변수'라고 설명했다.
향후 LG화학이 전공정 핵심 소재인 포토레지스트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극자외선(EUV) 포토레지스트는 현재 일본 JSR·신에쓰화학이 거의 독점하고 있어 국산화 성공 시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