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반도체 소재 부문 매각 추진…SK에 이어 대기업 재편 가속

코오롱인더스트리가 보유한 반도체 소재 사업 부문 매각 추진 소식이 전해지면서 산업재 업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SK그룹이 일부 반도체 소재 계열사 정리를 검토한 데 이어 코오롱까지 같은 방향의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내 대기업들의 반도체 소재 사업 재편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반도체 소재 사업은 주로 포토레지스트용 원료와 반도체 공정용 기능성 필름 분야를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이 부문의 연간 매출 규모는 수백억 원대로 추산되며, 최근 반도체 소재 시장 호황으로 몸값이 높아진 시점에 매각을 추진하는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코오롱 측이 매각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핵심 사업에 대한 집중 투자 필요성이 있다. 회사는 최근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고성능 소재 분야와 바이오·헬스케어 사업 육성에 자원을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고 확보한 자금을 미래 성장 분야에 재배치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의 일환이다.
SK그룹 역시 지주회사 SK㈜와 계열사들의 반도체 소재 관련 지분 정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대 대기업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반도체 소재 M&A 시장을 달구는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인수 후보로는 LG화학, 롯데케미칼, 동진쎄미켐, 그리고 사모펀드(PE) 운용사들이 거론된다.
업계에서는 현재가 반도체 소재 사업 매각의 최적기라는 시각이 많다. 후지필름 CFO가 소재 수요가 '매우 강력하다'고 밝히는 등 업황 호조가 뚜렷한 상황에서, 매각자 입장에서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인수 측에서는 반도체 소재 사업이 갖는 안정적인 고마진 구조와 진입 장벽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고객사(팹) 검증을 마치면 공급 관계가 수년간 지속되는 특성 덕분에, 인수 후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대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는 PE의 투자 논리와도 잘 맞아 떨어진다.
전문가는 "반도체 소재는 초기에 검증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직접 시작하기보다 M&A가 효율적"이라며 "이미 고객사 공급 레퍼런스를 보유한 사업체 인수는 신규 진입보다 훨씬 빠른 시장 안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수록 기존 사업체의 가치가 올라가는 구조다.
국내 반도체 소재 M&A 시장의 활성화는 중소·중견 소재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대기업이나 PE의 자본이 유입되면 기술 개발 투자와 생산 능력 확대가 가속화될 수 있으며, 이는 국내 반도체 소재 공급망 전반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불확실성도 존재한다. 핵심 인력의 이탈, 고객사와의 관계 변화, 통합(PMI) 과정에서의 마찰 등이 M&A 이후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수자 측은 이런 리스크를 충분히 감안한 실사(due diligence)가 필요하다.
글로벌 시각에서 보면, 국내 대기업들의 반도체 소재 사업 재편은 글로벌 소재 공급망 재편과 맞닿아 있다. 미국의 공급망 자국화 압력과 중국의 소재 수출 규제 대응 차원에서, 반도체 소재 분야의 국제 경쟁력 확보는 국가 전략 과제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 같은 M&A 흐름이 국내 반도체 소재 산업 생태계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업계에서 제기되고 있다. 소재 전문 기업들이 자본 확충과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향후 코오롱인더스트리의 반도체 소재 부문 매각이 성사될 경우, 인수자의 전략과 투자 방향이 국내 소재 시장 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M&A 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는 시점이 시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