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륨 가격 3년새 9배…중국 수출통제 파급력 현실화

중국 정부가 2023년 8월 갈륨(Ga)과 게르마늄(Ge)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도입한 이후 국제 갈륨 가격은 3년 만에 약 9배 폭등했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로 주목받는 갈륨나이트라이드(GaN) 기반 소자에 필수적인 갈륨의 공급 불안이 현실화된 결과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에 따르면 갈륨 현물 가격은 수출통제 시행 직전 kg당 약 220달러에서 2026년 8월 현재 2,00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같은 기간 게르마늄도 4배 이상 상승해 전력·광통신 소재 전반의 공급망 리스크가 확대됐다.
갈륨은 전 세계 생산량의 8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한다. 중국의 갈륨은 주로 알루미늄 제련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데, 수출통제 이후 제련업체들이 내수 우선 정책을 적용하면서 글로벌 가용 물량이 급감했다.
전력반도체 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GaN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들은 원재료 조달 비용 급증으로 생산 원가가 20~35% 상승했다고 밝혔다. 일부 업체는 장기 공급 계약을 통해 가격 상승분을 일부 헤징하고 있으나 신규 수요에 대응하기는 역부족이다.
국내에서는 SK실트론, 에피버스 등이 GaN 에피택시 웨이퍼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원재료 가격 상승분의 제품 가격 전가 여부를 놓고 고객사와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유럽은 대체 공급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미 국방부는 갈륨 국내 생산 능력 확보를 위해 민간 업체와 협력하고 있으며, 캐나다·카자흐스탄 등 비중국 생산국의 생산 능력 확대를 위한 지원책도 논의 중이다. 그러나 실질적인 생산 확대까지는 3~5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은 독일, 프랑스 등 주요 반도체 생산국을 중심으로 갈륨 비축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EU 핵심광물법(CRMA)에 갈륨을 전략 광물로 지정해 공급망 다변화 의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진행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갈륨 가격 급등이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진단한다. 한 전력반도체 소재 전문가는 '비중국 갈륨 공급선이 현실화되려면 최소 3년은 필요하고, 그전까지는 가격 고공행진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방산·전력반도체 업계는 갈륨 공급 불안을 소재 국산화 기회로도 해석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알루미늄 정련 공정에서 갈륨을 회수하는 기술 연구를 진행 중이며, 상용화 시 연간 수십 톤 규모의 국내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갈륨 가격 상승은 전기차 충전 인프라, 군용 전자전 장비, 5G 기지국용 전력증폭기(PA) 등 광범위한 분야의 제조 원가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SiC(탄화규소)와 함께 차세대 전력반도체 소재 양강 체제를 이루는 GaN의 비용 경쟁력이 흔들릴 경우 SiC로의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갈륨 가격이 연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 하반기 중국의 수출허가 심사 강화 또는 추가 제한 조치가 이어질 경우 현물 가격이 2,500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공급망 리스크 분산을 위한 선제적 재고 확보와 대체 소재 기술 투자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