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불화텅스텐 공급 위기…일본 2개사 생산 영구 중단

반도체 금속 배선 공정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육불화텅스텐(WF6) 생산업체 2곳이 영구적인 생산 중단을 결정했다고 더구루가 보도했다. 두 업체 모두 일본 소재이며, 글로벌 WF6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이 비상 대응에 나섰다.
육불화텅스텐은 텅스텐을 기반으로 한 기체 상태의 금속 전구체 소재로, 반도체 배선 형성 시 CVD(화학기상증착) 공정에서 텅스텐 박막을 증착하는 데 사용된다. 메모리 반도체와 비메모리 반도체 모두에서 필수적으로 쓰이는 소재이기 때문에 공급 차질은 양산 라인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글로벌 WF6 시장은 일본의 스텔라 케미파, 관토덴카, 모리타 등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이 중 2곳의 생산 중단으로 시장 내 공급 여력이 즉각 줄어드는 상황이며, 잔여 공급업체들에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연간 수백 톤 규모의 WF6를 소비하는 주요 수요처로, 이번 생산 중단 소식에 따른 공급 안정화 방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업은 재고 확충과 함께 대체 공급사 발굴을 병행하고 있다.
WF6 외에도 반도체 공정 특수 가스 분야의 공급망 집중 리스크가 최근 반복적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국의 헬륨 수출 금지, 일본의 불화수소 소재 이슈에 이어 이번 WF6 사태까지, 핵심 공정 소재의 공급 취약성이 다시금 확인되는 사례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은 반도체 공정용 특수 가스 15종에 대한 품질평가 기준을 수립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이 같은 국내 검증 인프라 구축이 장기적으로 국산 특수 가스 개발과 수입 의존도 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 전문가는 'WF6는 대체 소재가 제한적이고 공정 전환 비용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 내 공급처를 바꾸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궁극적으로 국내 또는 비일본 공급업체를 육성해 조달 경로를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동맹국과의 핵심 소재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자국 내 특수 화학 소재 생산 역량 확충에도 나서고 있다. 미국 내 WF6 생산업체 육성이나 동맹국 생산 지원 정책이 중장기적으로 공급 구조 개선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소재 자립 관점에서 WF6는 도전적인 과제다. 불소 기반 특수 화학물의 합성과 취급에는 고도의 안전 기술과 설비가 필요하며, 국내에서는 상업적 규모의 생산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소부장 펀드와 연계한 집중 지원이 요구되는 영역이다.
이번 사태는 반도체 공정 소재의 공급망 집중도 리스크가 단순한 경고를 넘어 현실의 공급 위기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수요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핵심 공정 소재별 비상 재고 기준과 대체 공급처 목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